오는 11월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 때 국제사이버보안기구 추진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사이버 보안 이슈 선점을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은 지난해 말과 올 초, 각각 국제사이버보안기구 추진과 사이버보안 위협에 대비한 국제협력 선도 등을 G20 정상회의에서 부각시키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사이버보안'세미나에서도 사이버보안 국제 기구 창설 및 조약 필요성을 제기했고 행사에 참석한 외국 전문가들은 이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이같은 사이버 보안 이슈 부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행안부는 지난 2월 국제 사이버 보안기구 창설과 본부의 우리나라 설치를 검토중이라고 발표했으나, 예산문제, 연구가 늦어진 점 등으로 인해 의제 설정은 힘들다는 관측이다.
4일 행안부 관계자는 "국제사이버보안기구 추진을 위한 과제를 이 달 중으로 마칠 계획이지만, G20 국가들과 협의가 아직 안돼 오는 11월 정상회의에선 논의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과제 결과물을 검토한 후 필요성에 따라 논의사항을 선별해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만큼 사이버 보안 이슈를 부각해, 한국이 관련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임종인 한국정보보호학회장은 "국제 금융위기쪽은 미국이나 EU, IMF 등이 선도하고 있는 반면, 사이버 보안 쪽은 세계적으로 구심점이 없다"며 "지난해 7.7 분산서비스거부(DDoS)공격 경험과 사이버 사령부 창설, 사이버 보안 체계 마련 등 우리나라가 동기와 기술력을 모두 갖고 있는 만큼 이슈를 제기 만한 명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와 미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도 사이버 사령부 창설을 논의하는 등 세계적으로 사이버 보안 이슈가 부각하고 있어 사이버보안 선도국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G8 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와 함께 스마트그리드 개발 선도국으로 지정됐듯, 사이버보안도 선도국으로 지정될만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경제위기를 실물경제가 아닌 사이버 경제 차원에서 바라보고, 이를 위한 대책으로 사이버 보안 이슈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창규 금융보안연구원장은 "인터넷뱅킹, 전자상거래 등을 둘러싼 사이버 공격이 늘어나는 만큼 사이버 경제가 실물경제와 동떨어졌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실물경제뿐 아니라 사이버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한국이 먼저 의제설정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박춘식 서울여대 교수도 "세계적으로 금융안전망에 대한 이슈만 제기하는데, 디지털경제 안전망 구축에 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며 "꼭 사이버안전기구 창설이 아니더라도 군사적 목적이나 민간 시설에 대해 해킹을 시도하지 말자는 내용의 선언문을 작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하마둔 투르 사무총장은 사이버 전쟁 전면전 방지를 위한 국제 평화조약이 필요성을 주장했고 5월엔 미국 EWI연구소 주최로 40개국 400여명의 리더들이 모여 `월드와이드 사이버시큐리티 서밋'을 개최, 세계 사이버보안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논의했다. 또 아세아안보협의체인 아세안(ASEAN)과 아세아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사이버보안 및 사이버테러 분야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